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사건이 발생했다. 50대 경비원이 아파트 입주민의 폭언과 인격 모독적 언행에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근무 현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70, 80년대 우리 사회에 민주화 열기가 끓어오르고 산업 현장에서 노동운동이 한창일 때 울분과 열정을 감당하지 못해 자신의 몸을 장렬히 산화시킨 열사들이 있었다. 그런데 21C 선진국 문턱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산다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우리 사회 중산층의 보금자리에서 이런 끔찍하고 안타까운 일이 또다시 일어났다. 경찰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이 아파트 경비원 이모씨(53)가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온 몸에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여 자살을 기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온 몸에 붕대를 감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속한 민주노총은 이씨가 평소 한 입주민으로부터 잦은 언어폭력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씨와 같은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노조 관계자는 “평소 이씨가 잠시 화장실을 가느라 자리를 비우거나 재활용 쓰레기를 그때 그때 제대로 치우지 못하면 그 입주민이 매번 ‘경비 똑바로 못 서냐’며 질책했다”면서 “사고 바로 1시간쯤 전에도 입주민이 이씨에게 폭언을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이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비원은 감시·단속직으로 보통 24시간 교대인 장시간 근무에 최저임금의 90%에 해당하는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몰지각한 입주민의 인격 무시적인 폭언과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감정 노동자다. 또한 고유 업무인 경비·감시와 상관 없는 택배 보관이나 분리수거와 같은 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해결해야 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의 고용상태는 ‘갑을 관계’라고 표현하기조차 사치스러울 만큼 불안하고 야만적이다. 과한 주민의 횡포나 비인격적 대우에 맞섰다가 맞부딪친게 입주자대표 귀에라도 들어가면 당장 해고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어렵고 힘든 환경이라고 모든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분함을 호소했고 치명상을 입었다. 주변의 관계자들은 반성하고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에서는 정확한 사실과 인과 관계를 밝혀내야겠지만 그에 앞서 지목된 주민을 포함한 모든 입주민은 이 문제를 노사관계나 고용관계가 아닌 함께 자고, 먹고, 생활하는 생활 공동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는 경비원이 일하는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입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보금자리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그동안 관리현장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됐던 경비원의 정서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입주민이 모두 성인군자요 신사일 수 없으니 스스로의 마음을 잘 다스려 내가 그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겠다는 넓고 큰 마음을 갖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비원 이씨의 빠른 쾌유를 빌며 입주민에게는 따뜻한 인간애를, 관계자에게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다. |
2014/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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