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의 '당 강세지역 3선 이상 물갈이 필요' 주장(매일신문 23일 자 1면 보도)과 관련, 대구경북 중진 국회의원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으레 나오는 소리로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1야당의 공식 공천관리기구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산발적으로 나오는 '아니면 말고 식' 주장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역 중진들은 이 같은 설익은 발언이 한국당의 공식입장이거나 지역의 여론으로 둔갑하는 상황은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당 최고위원인 김광림 의원(안동)은 차기 총선 공천과 관련해선 명실상부 실질적인 공천권을 쥔 황교안 대표의 공식발언에 집중할 뿐 출처불명의 '카더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23일 매일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오늘 부산에서도 공정한 공천, 이기는 공천, 경제(민생)를 살리는 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했다"며 "현 시점에서 차기 총선과 관련해 특정 지역과 선수를 언급하는 것은 코미디"라고 잘라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한 지역구에서 3선을 한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하느냐'는 언론인들의 질문에 "너무 나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영남지역 다선 물갈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이기는 공천이 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중진 교체 주장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라며 지난 총선 당시에도 다선 교체 주장이 많았지만 현재 한국당에는 4선 이상 의원이 15명이나 된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 의원은 "공천은 상대가 있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며 "어설픈 공천 관련 발언으로 당을 흔드는 사람부터 차기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자칫 이 같은 분위기가 힘을 받을 경우 지역의 정치력이 부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와 정당 내 발언권을 다선 의원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경북 의원들이 초선 중심으로 구성된다면 지역 이익을 관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주 의원은 "현재 대구경북 한국당 국회의원 가운데 초선 비율이 63%나 되는데 국회 평균(37.2%)보다 현저하게 높은 이유는 그동안 우리 지역이 물갈이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라며 "차기 총선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된다면 지역의 정치력에 심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지역의 중진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출처불명의 설익은 공천관련 발언이 당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둔갑해 가짜뉴스가 양산되거나 지역 여론을 호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