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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新 공동체 문화' 활짝/매일신문 기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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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대규 2007. 2. 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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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열린다…공동체 모임·행사 봇물
아파트 주거문화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이웃과의 소통 단절'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신 공동체'라고 부르는 이러한 모임은 아파트 입주민 사이 뿐만 아니라 아파트단지 이웃 주민들과도 공동의 장을 만드는 하나의 소리없는 사회 운동이 되고 있다.

◇왜 아파트 공동체인가?

지난해 5월 서울대에서는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성찰과 재활성화'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학술대외에서 최병두 대구대 교수는 전국 주택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도시 아파트 공동체'를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꼽았다. 예전의 마을 단위와 비교해 공간 거리가 훨씬 줄었지만 이웃 간 소통의 단절은 되레 심화되고 있는 아파트야 말로 '지역공동체'의 핵심이라는 것. 최 교수는 "아파트에 기반을 둔 도시공동체 운동의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며 "이미 주거권 확보 운동, 자치관리운동, 생활문화운동 등 여러 아파트 공동체 문화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만큼 이러한 공동체 움직임을 도시 전체와 연결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아파트엔 어떤 공동체가 있나?

대구에서 가장 많은 공동체 유형은 주택공사의 공동체 프로그램들과 아파트 주민-농촌마을의 자매결연이다. 지난해 10월 입주 2년이 된 달성군 가창 용계주공 아파트에서는 '가을문화제'가 처음 열렸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아파트에 공동체 문화를 심으려 고민하던 박영미 관리소장의 아이디어. 302가구가 소장한 모든 '예술품'을 아파트 필로티에 끌어 모았다. 그림, 서예, 감상문, 사진, 분재, 야생화 등 각종 작품이 전시됐다. 종이, 도자기 공예품이나 야생화 십자수 같은 수준 높은 작품들이 쏟아졌고, 뒤늦게 자신의 소장품도 전시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발길도 줄을 이었다.

아파트관리소장들에 따르면 주택공사가 이러한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를 장려하고, 인사 고과에까지 반영하는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주공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저소득층 돌보기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

대구 북구 아파트 단지들 사이엔 농촌마을과 자매결연 맺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2005년 북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 모임이 개설한 전남 보성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처음으로 불을 댕겼다. 이후 10곳 안팎의 북구 아파트들이 전남 보성, 나주 등지의 농촌마을과 자매 결연을 맺어 개별 장터를 열었고, 칠곡 5개 아파트는 안동 길안 마을의 사과 팔아주기 운동도 했다. 윤원현 회장은 "지난해에는 울릉도를 제외한 경북 22개 시·군의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고 말했다.

◇공동체 봇물

거창하지는 않지만 공동체라 이름붙일 수 있는 크고 작은 움직임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달서구 월성주공3단지는 행정자치부로터 '표창장'을 받았다. 이유는 태극기 게양을 '너무 잘해서'란 것. 이 아파트는 국경일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1천482가구 모두가 태극기를 달았다. 굳이 이름을 달자면 태극기 공동체가 형성된 셈이다.

달서구 대곡 사계절아파트의 초교생들은 지난해 10월 '어린이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 전액을 복지시설에 전달했다. 아파트 어린이집 앞마당에 공간을 마련해 책, 학용품, 자전거 등을 팔았고, 이 소식을 들은 아파트 단지 내 어른들도 십시일반 돈을 보태 수익금을 더 늘려주면서 자연스레 공동체 문화가 싹튼 것.

 

대구 주택관리사들이 관리비, 인사·노무, 하자·집단민원 등 선진 아파트 관리기법을 연구·공유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카페 '아사모(아파트관리 사진자료 모음)'( http://cafe.daum.net/ofcny)에 실려 있는 아파트 공동체 행사 사진은 모두 100점에 이른다. 임대규 카페지기는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에게 '아파트'는 어른들의 고향 마을과 같다."며 "고향 이웃들의 좋은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하듯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이웃 재발견의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新 공동체 문화' 활짝
대구 소통 단절 벽 넘어 대안 문화 '주목'
아파트 함께 꾸미기, 아파트 방범대, 농촌 마을 자매 결연, 공동 전시회 모임 등 아파트 공동체가 '소통 단절'의 벽을 넘는 우리 아파트 문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행복이 자라나는 마을!'은 대구 달서구 월성주공 3단지의 아파트 신 공동체 프로젝트다. 지난해부터 1천482가구의 주민이 함께 모여 꽃과 나무를 심고, 아파트 조경을 환하게 바꾸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 지은 70평의 유리 온실은 최대 걸작. 한 달 전부터 500개가 넘는 화분에 카네이션을 키우고 있는데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아파트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 줄 계획이다. 지난해엔 상가 옥상에 화훼하우스를 만들어 2천 개가 넘는 국화 화분을 마련했고, 아파트 계단 입구와 연결해 만든 원형 아치 8곳에는 수세미, 조롱박,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이곳 성영기 관리소장은 "주민들이 직접 아파트 공간을 재구성해 공동체를 체험하게 하는 커뮤니티 활성화 기법"이라며 "주택관리공단과 주택공사로부터 5억 5천만 원을 지원받았다."고 자랑했다.

북구 칠곡그린빌 6단지에는 아파트 방범대라는 신 공동체가 등장했다. 이곳 정주용(50) 방범대장은 "지난해 5월 조직한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 자율방범대"라며 "입주민 15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라고 했다. 3명 5개 조로 나눠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는 방범대의 좌우명은 "우리 아파트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매일 밤 1, 2시간씩 주변의 중·고교 하교 시간에 맞춰 집중 순찰하며 아파트 환경 지킴이 역할도 함께 한다. 정 대장은 "일주일에 세 번은 새벽에 불시 순찰까지 하는 대원들도 있어 도둑이 얼씬거리지 못한다."며 "여자 대원 2명도 남자 대원들과 함께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국화 아파트'로 더 유명한 수성구 만촌우방2차 아파트는 문화 신 공동체의 전형이다. 지난 2003년부터 국화 전시회를 벌써 4차례나 열었다. 매년 11월 한 달간 여는 국화 전시회 때는 아파트 입주민보다 주변 동네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든다. 소국, 대국, 분재 등 300~400개의 국화 화분이 전시되고 나뭇잎, 태극기, 지도 등을 형상화 한 국화 전시 기법까지 등장한다. 김영애 소장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잘 모이지 않는 아파트 입주민과 동네 사람들이 국화를 매개로 공동체를 경험한다."며 "모두 가을이 오기만 기다릴 정도"라고 했다.

북구 동화훼밀리 아파트는 아파트 부녀회와 농촌마을 간 자매결연을 통해 신 공동체 공간을 넓혀가는 중이다. 지난해 7월 칠곡군 동명면 구덕리 주민들과 자매결연을 한 이 아파트는 11, 12월 두 차례에 걸쳐 배추 직거래 장터까지 개설했다. 이덕희 관리소장은 "배추값이 폭락했을 땐 200 원 더 비싸게 샀고, 배추값이 올랐을 땐 300 원 더 싸게 살 수 있었다."며 "농촌 마을을 돕고 원하는 농산물도 싸게 살 수 있어 아파트와 농촌마을 간 자매결연이 계속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병두 대구대 사회교육학부 교수는 "거창하지 않더라도 아파트내 친목 모임이나 반상회도 활성화되면 신 공동체라 할 수 있다."며 "과거에 비해 공간적 조밀성이 훨씬 높아졌는데도 이웃 간 소통은 정반대 양상을 보이는 아파트 현실을 고려할 때, 공동체 문화는 기능적 관계로만 얽혀 있는 도시 사람들을 인간적 관계로 묶어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이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