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전문성 부족과 입주자대표회의의 비민주성, 지자체의 소극적인 자세 등으로 공동주택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공동주택관리에 대해 감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비전문적인 관리소장을 둬 입주민에게 불필요한 관리비를 부담시키고 관리비를 과다 징수한 뒤 부당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29일부터 6월11일까지 서울시 관내 아파트 1997개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 관리비 부과·집행` 등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공동주택의 관리부실로 국민생활 불편은 물론 막대한 국가자원의 낭비를 초래했다고 26일 밝혔다.
감사원은 정부의 역할재조정 등 공동주택 관리 체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게 개선대책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감사결과 금품수수 혐의가 있는 동 대표 등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 주택관리 총체적 `부실`.."관리소장 땜에 관리비 더 내고"
감사원은 서울시 관내 주택관리업체 236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6개 업체(53.4%)가 등록요건도 미달한 부실업체로 판명됐다며 부실관리에 따른 입주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중랑구 D업체의 경우 자본금이 700만원에 그치는 등 상당수 업체가 최소 등록요건인 2억원에 미달했다고 설명했다. 동작구 E업체 등 10개 업체는 3년이상 주택관리실적이 전혀 없어 당연 등록말소 대상인데도 등록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주택관리업체들은 아파트 관리업무를 따내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로비를 펴면서 각종 비리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강남구 E아파트는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잘못 선택해 최근 2년간 7억717만원의 전기요금을 더 부담하는 등 서울시내 817개 단지 중 340개 단지가 최근 2년간 전기요금 161억여원을 더 부담케 했다.
강동구 K아파트의 경우 단일계약으로 한전과 전기사용 계약을 체결하고도 세대에는 저압요금을 부과해 전기요금 잉여금(3년간 1억3000만원)을 발생시킨 뒤 이를 직원 단합비와 동대표 운영비 등으로 썼다.
재활용품 판매와 장터 개설 및 어린이집(독서실) 임대 등의 부동산 임대에 따른 임대수익 등 잡수익은 누락되거나 불투명하게 운영됐다. 관악구 B임대아파트는 부녀회에서 알뜰시장을 관리하면서 연간 1500만원을 벌었지만 수입과 지출 내역을 입주민에 공개하지 않았다.
◇ 그들만의 입주자대표회의..부녀회 장터 수익금은 `눈먼 돈`
입주자의 편의를 도모해야할 입주자대표회의는 오히려 입주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자신들만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서울시 100개 아파트 표본조사 결과 22개 아파트에서는 관리현황 등을 공개하지 않도록 관리규약을 정해놓고 15개 아파트에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65세 이상만 동대표를 할 수 있게 하거나 공사계약 업체와 관련된 사람도 동 대표를 맡을 수 있게 하는 등 관리규약을 제멋대로 뜯어 고쳤다고 설명했다.
주택법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약 체결 등 집행업무를 할 수 없는데도 90% 이상이 이를 위반했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금품까지 수수한 사례도 적발됐다. 마포구 S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A씨는 아파트 소유권을 상실해 동대표 자격이 없는데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채 2년6개월간 입주자대표회장을 하면서 무면허 건축업자와 공사계약을 맺거나 입찰이 성립되지 않는 1인 입찰 계약도 체결했다.
감사원은 또 서울시 관내 1258개 아파트 단지 중 최근 3년 간 매년 외부회계 감사를 실시한 단지는 70개(5.6%)에 불과했다며 3년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단지수는 무려 709개 단지(56.3%)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 "관리인력 없어요"..국토부·서울시 `수수방관`
감사원은 주택법상 관리주체 등을 지도·감독해야 할 국토해양부와 지자체 등이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공동주택 관리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벌금 또는 과태료 처분에 해당되는 강행규정 위반 비율이 적게는 12%, 많게는 90% 이상이나 되는데도 이에 대한 지도·감독 실적은 전무했다.
또 지자체에서는 공동주택 관리비용을 지원하면서 특정 아파트에 중복지원하거나 과다지원하고 있는 등 지원 관리 체계도 부실했다. 마포구는 공동주택 관리비용을 지원받은 공동주택은 5년내 유사한 사업에 대해 중복으로 지원금을 지원할 수 없는데도 2006년 도로보수 명목으로 3957만원을 지원한 D아파트에 또다시 도로보수 명목으로 2008년 420만원, 2009년 836만원을 지원하는 등 관내 2개 특정 아파트에 같은 사업을 중복 지원했다.
특히 정부에서 입주민간 분쟁을 방지하고자 도입한 관리비 인터넷 공개,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제도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최근 입주민 간 분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