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베스트셀러 5시리즈에 디젤엔진을 장착한 520d와 535d를 올해 초 내놨다.
인기차종에 경제성까지 더한셈. 어떤 변화가 있는지 시승해봤다.
◆ 조각에 불꽃을 더하다BMW 마니아들은 이 차를 5시리즈라고 부르지 않고 E60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번의 차는 이전의 5시리즈(E39)와 전혀 다른차로 보는 것이다.
새로운 5시리즈의 디자인은 지금은 BMW를 떠난 크리스토퍼 뱅글이 만든 개혁적 디자인의 산물이다. 그가 처음 디자인한 차는 BMW 7시리즈. 당시 그는 7시리즈의 디자인 콘셉트는 '조각적(scruptual)'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가 내놓은 Z4의 경우는 불길(flames)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5시리즈에 대해서는 특별한 콘셉트를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조각에 불길을 더했다는 느낌이 든다.
차체는 단순히 디자인 뿐 아니라 그 재질도 크게 달라졌다.
BMW의 강점인 핸들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차체 보닛, 휀더, 트렁크, 거기다 심지어 전면 프레임을 모두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전후 50:50의 무게배분을 얻은 것은 BMW로선 당연한 일이다. 같은 50:50 차체라도 차체 중앙에서 먼 곳을 가볍게 만든차의 코너링 성능이 월등하다. 무게 밸런스는 단순히 바퀴의 무게 배분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것이다. 굳이 보닛이나 트렁크를 가볍게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실내는 대형 와이드타입 LCD 패널이 내장돼 다양한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었고, 기어노브 아래에는 8개의 버튼이 추가된 신형 iDrive가 장착돼 오디오나 내비게이션 등을 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시승차의 내비게이션은 간혹 차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오류가 발생해 아쉬웠다. 이번 내비게이션은 나침반과 속도계 등을 통합해 차량 진행이 매우 부드럽게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내비게이션이나 속도 등의 정보를 운전자 앞유리에 비춰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편리한데다 안전에도 도움이 될 듯 했다.
◆ BMW의 코너링코너링 성능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테스트 서킷에서 주행 테스트를 했다. 디젤엔진이 휘발유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앞쪽의 추종력이 약간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됐지만, 실제 트랙에서의 주행 결과는 휘발유 차량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추종력을 보여줬다. 언더스티어 성향이 있어 오버스티어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점은 아쉽다.
디젤차량 중에도 535d 등 고성능 차종은 오버스티어가 쉽게 나는 점을 보면 520d는 능숙하지 못한 운전자의 안전을 감안해 언더 스티어 성향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밸런스 덕분일까. 코너링중에는 전후 타이어가 균일하게 땅을 붙잡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약간의 엑셀과 브레이크 반응으로도 전후륜의 무게 배분이 변하는게 느껴진다. 덕분에 엑셀을 밟았다 떼었다 하는 정도로도 차체의 진로를 미묘하게 바꿀 수 있었다.
테스트 참가자 중 한명은 민감하고 세밀한 조향이 가능한 스티어링휠이 불만이라고 했다. 오히려 자유로등에서 고속주행시 노면을 많이 타기 때문에 핸들을 꽉 쥐어야 해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엑티브스티어링시스템이 장착되는 상위 모델은 고속주행시 핸들을 어지간히 돌려도 차가 크게 움직이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러나 520d에는 이같은 기능이 내장되지 않는다.
16인치 휠은 다소 작아 미끄러짐이나 출렁임이 다소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반면 노면을 지나치게 탄다는 느낌은 적은 편이다.
◆ 럭셔리 세단이 최고의 연비국산 2.0리터급 중형차에서는 사실 1등급차가 단 한대도 없다.(자동변속기 기준)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2.0리터급에서 연비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불과 2개월전만해도 폭스바겐 골프 2.0 TDI가 15.7km/l로 국내서 가장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차였다. 해치백 준중형차인데다 연비도 좋다는 DSG 변속기를 장착했으니 가능한 일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2개월전 BMW코리아가 2.0리터 디젤엔진을 3시리즈와 5시리즈에 장착한 모델을 국내에 내놓고 상황이 바뀌었다. 무려 15.9km/l에 달하는 연비가 나왔던 것이다. 럭셔리 승용차로서는 믿기 힘든 연비다. (현재 2.0리터급에서 1위는 폭스바겐 제타)
휘발유 엔진 기술은 이제 최고 수준에 수렴해 대부분 엔진들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디젤은 휘발유 엔진에 비하면 이제 신생기술이기 때문에 매달 새 기술이 나오며 연비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520d를 가지고 트랙과 고속도로를 달려도 연비가 14km/l를 가리키고 있다. 살살 달리니 24km/l를 넘기는 일도 있다.
◆ 오리지널 스포츠세단이란최근 나오는 중형 세단은 대부분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고 있다.
사실 스포츠세단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것은 이탈리아의 자동차 메이커 '알파 로메오'다. 세단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스포츠카에 못지 않는 성능을 보인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영국회사 로터스(Lotus)가 스포츠세단을 내놨지만 정작 이 단어를 상업적으로 활용해 큰 인기를 끌게 된 회사는 바로 BMW다.
오늘날 포르쉐를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보듯, BMW는 스포츠세단의 대명사인 셈이다.
사실 BMW 520i의 경우 156마력에 불과해(현대 쏘나타는 163마력) 엔진힘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520d는 177마력에 토크가 35.7kg·m나 되니 힘을 불평하기 어렵다. 실내 크기도 넉넉한데다 상당 수준의 연비까지 갖춰 오랜시간 주행하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스포츠세단의 오리지널 브랜드 BMW가 이제는 패밀리세단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경쟁 업체들은 모두 바짝 긴장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