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주식회사 한국당'의 최대 주주는 대구경북(TK) 대의원·당원이다.
당권 도전자들에 대한 TK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지역 출신 및 유력 주자들의 장단점이 드러나고 있다. 어느 후보도 장점만 갖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남은 기간 동안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TK 표심을 얼마나 흡수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후보별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표심이 어느 후보에게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 주호영 국회의원
TK 유일 대표 경선 주자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보수진영 통합을 위해선 대권욕심이 없는 본인이 한국당의 대표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칫 유력 대선주자가 당권을 잡을 경우 급격한 사당화로 보수분열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주 의원은 통합적 포용력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모두 요직을 맡을 정도로 상식과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정치활동을 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전국적 인지도가 낮고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탓에 기성정치인 이미지가 농후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평가된다.
정치권에선 주 의원의 바른정당 활동 전력이 경선판도에 어떻게 작용할 예의주시하고 있다. 투표인단의 관심이 보수통합으로 집중될 경우 긍정적인 기제로 작용할 수 있지만 통상의 경우 당적변경은 악재다.
주 의원은 보수진영에서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대구경북 투표인단의 표심이 고향까마귀에게 집중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출마자들이 많아지면 고정표가 확고한 후보가 유리하다"며 "주 의원이 대구경북의 지지를 확실하게 묶어내는 노력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29일 당권 도전을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가진 최대 강점은 높은 인지도와 존재감이다. 그는 다수 여론조사기관이 한 설문에서 범보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입당과 동시에 '친황'(친황교안)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상당한 지지세력을 만든 그에게 친박(친박근혜)은 '양날의 검'이다. 아직 보수 지지층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가 적지 않은 데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 지난 정부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공개 변론을 하는 등 강한 보수 색채를 띠는 점은 강점이면서 약점이다. 보수층은 물론 극보수까지 끌어안을 수 있지만 중도층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정치권에서는 '황나땡'('황교안 나오면 땡큐'의 줄임말)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가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던 점이 당권 경쟁 상대는 물론 차기 대권을 두고 여권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그가 현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 온실 속 화초 이미지 등을 약점으로 꼽는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조직·자금 등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기 떄문이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황 전 총리는 검사 시절 옆방에서 같이 일한 적이 있는데 착하고 순한 사람"이라면서도 "정치권은 아수라장이다. 온실 속 화초는 비닐이 벗겨지는 순간 얼어 죽는다"는 회의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강점은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냈고 당 대표 자격으로 지난해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 그를 모르는 국민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개인 인터넷 방송인 '홍카콜라'까지 흥행열풍을 이어가면서 대중적 인지도만 놓고 보면 여야를 통틀어 최정상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아는 홍 전 대표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 고민이다. 국정농단 파동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괴멸된 보수진영을 수습하기 위해 극우성향의 발언을 쏟아낸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홍 전 대표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친다. 강력한 야당을 이끌 전투력을 보유한 당권 경쟁 후보를 찾기 힘들고 마니아에 가까운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임당원이 많은 대구경북과 경남에 연고가 걸쳐 있는 점은 경쟁자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수구보수에 독선적 이미지가 강해 보수대통합을 이끌기에는 부적격이라는 여론은 부담이다. 아울러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사람이 대표로 복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어 홍 전 대표로선 걱정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전 대표의 목표는 2022년 대선인데 당 대표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이 자신의 정치스케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막말·독불장군 이미지에 대한 대구경북, 경남의 평가가 홍 전 대표의 거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최대 장점은 보수정당 수장으로서 표심 흡수의 확장성이다. 탄핵과 수구적 보수정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이유로 합리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을 지낸 점은 그의 정치력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다만 그늘진 이면도 공존한다. 서울시장을 하면서 무료급식 정책을 정치 논쟁화하면서 시장직을 경쟁 정당에 헌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 예산의 2%에 불과한 무료급식 문제를 무리하게 투표에 붙였고, 투표가 무산되자 서울시장을 자진 사퇴했다. 그 자리를 이어받은 박원순 시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는 등 한국당으로선 주요직을 내주고 적장을 키워주는 '해당 행위에 가까운' 정치 행동을 자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던 사실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한국당을 끝까지 지킨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의 비난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당이 어려웠던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도부가 서울시장 출마를 종용했으나 끝까지 응하지 않았던 태도도 구설수에 오른다.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직전 25억여원이던 재산이 시장을 하면서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점도 언제든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같은 기간 서울시 부채는 14조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