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자유한국당 당권 레이스는 본궤도에 오른다.
이번 2·27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면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도 당권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계파와 TK 표심, 여론조사가 한국당 전당대회 승부를 가를 3대 변수로 꼽힌다.
◇ 친박 김진태·정우택·황교안 vs 비박 오세훈·홍준표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등 계파 프레임은 옛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계의 경쟁에서 분화한 이래 십여년간 당내 선거를 좌지우지했다.
당권 주자들은 입 모아 '탈계파'와 '통합'을 주장하지만, 이번 전대에서도 계파 표심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이번에는 김진태·정우택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친박계 주자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가 비박계 주자로 거론된다.
계파별로 복수의 후보가 나온 만큼 표 분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예컨대 친박계는 대체로 황 전 총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진태·정우택 의원 역시 태극기 세력과 친박 내에 지분이 있기 때문에 '친박 표'가 고스란히 한 후보로 쏠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비박계에서는 오 전 시장이 가장 선두를 달릴 것으로 관측됐지만, 홍 전 대표가 전대에 뛰어들면서 비박계 선두주자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다만 대선 주자급인 오세훈·홍준표·황교안 등 '빅3'의 접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계파보다는 '인물론'에 표심이 좌우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시장, 대선 후보 및 당대표, 총리 등을 지낸 세 후보의 캐릭터가 뚜렷한 만큼 계파 프레임을 압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 책임당원 '3분의 1'…TK 표심을 잡아라
한국당 전체 책임당원은 약 34만명이다. 이 중 30%에 육박하는 9만8천명 가량의 책임당원이 대구·경북(TK)에 포진하고 있다.
이번 전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통상 투표율(20∼25%)보다 높은 30% 안팎의 투표율을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약 10만명가량이 투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투표율이 높았던 TK 표심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권 주자들이 출마 선언 이전부터 영남지역을 수차례 찾아 밑바닥 표심을 다지고, 홍 전 대표가 'TK 후보 단일화'를 한때 주장했던 이유도 TK 표심의 영향력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을이 지역구인 주호영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현재 출마 선언 한 당권 주자 중 TK에 기반을 둔 후보는 주호영 하나뿐"이라고 TK 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 비율은 30%지만…무시 못 할 여론조사
당대표 선거에서 최종 득표율은 책임당원과 일반당원, 대의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70%)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30%)를 합산해 산출된다.
선거인단은 약 40만명인 데 비해 여론조사는 훨씬 적은 3천명을 응답자로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반 여론조사에 가중치를 두는 셈이다.
따라서 여론조사의 비율은 30%이지만, 응답자 1명의 표 가치는 선거인단 1명의 57배가량이다.
최근 합동연설회와 TV토론 횟수를 놓고 주자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도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주로 당원들만 참석해 조직 세 대결을 펼치는 합동연설회보다 TV토론 횟수를 늘리면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실제로 2017년 7·3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김태흠 후보가 류여해 후보보다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우위를 점하고도 여론조사에서 뒤져 류여해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