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청소계약 체결 권한
관리소장에 있어
입주자대표회장이 경비·청소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공동주택 관리방법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면서 위·수탁 관리계약과 함께 경비청소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경비·청소계약 체결 권한은 관계법령상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득한 관리소장에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철민 부장판사)는 주택관리사 자격이 없음에도 경비청소·도급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기소된 부산 서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한 주택법 위반 선고심 항소심에서 “피고인 B씨를 벌금 70만원에 처한다”는 제1심 판결을 인정,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아파트 전 대표회장이었던 B씨는 2010년 12월 경비·청소도급계약을 사업자인 C사와 B씨 명의로 체결해 주택관리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관리소장의 업무를 수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 사건 제1심인 재판부는 이같은 B씨의 행위를 범죄사실로 인정, 지난해 6월 B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B씨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 “관리방법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면서 대표회장 자격으로 위탁관리업체인 C사와 위·수탁 관리계약서를 체결했고 동시에 보충계약이자 계약의 일부로 경비·청소도급계약을 체결, 별개의 계약이 아니므로 관리소장의 업무를 별도로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이는 관리소장이 지시하는 대로 처리한 것이므로 사실상 관리소장이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B씨가 대표회장으로 있던 이 아파트가 관리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입찰을 진행했고, 피고인 B씨가 입찰업체로 선정된 C사와 위·수탁 도급관리계약을 체결하면서 같은 날 경비도급계약과 청소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구 주택법(2015. 8. 11. 법률 제13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 제55조에 의하면 공동주택의 관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치관리하거나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관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자치관리의 경우 주택관리사를 공동주택의 관리소장으로 배치하고 관리소장을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로 선임해 입주자대표회의와 별도의 자치관리기구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공동주택의 의사결정 기구로서의 입주자대표회의와는 별개로 공동주택의 운영·관리·유지·보수 등과 관련된 사항은 주택관리사 자격이 있는 관리소장이 전문적으로 관리하게 해 공동주택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입주자·사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으로, 경비·청소도급계약의 체결 권한은 주택관리사 자격이 있는 관리소장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아파트 관리를 위탁관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택관리사 자격이 있는 관리소장이 아닌 대표회장에 불과한 피고인 B씨가 경비·청소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한 구 주택법의 취지 및 구 주택법 제98조 제9항, 제6조를 위반한 것이고, 이 계약들이 위·수탁 도급관리계약과 별도로 체결된 점 등에 비춰 위·수탁 도급관리계약의 보충계약이자 계약의 일부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증인 D씨가 원심 및 당심에서 자신은 주택관리사 자격이 있는 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공동주택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는 과정의 입찰 진행을 도와주긴 했지만 입찰서류나 견적서를 본 적이 없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청소도급계약의 대상자를 결정했으므로 자신은 그 대상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고 계약체결 현장에도 있지 않았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며 “원심 증인 E씨도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 B씨가 관리소장이 지시하는 대로 처리해 사실상 관리소장이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해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해 법률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고인 B씨의 행위가 구 주택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몰랐고 일반인들도 이같은 금지조항을 몰랐을 것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 단순한 법률의 부지를 주장하는 것에 불과해 받아들일 수 없고, 피고인 B씨가 C사와 경비·청소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파트 경비·청소의 목적을 위해 긴급하거나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방법이 없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 B씨가 벌금형으로 1회 처벌받은 전력 외에 별다른 전력이 없는 점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은 있으나, 피고인 B씨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당심에서 양형사유에 참작될 만한 사정 변경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 B씨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B씨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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