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요청 입주민 벌금형, 소장은 벌금형 선고유예
서울중앙지법
입주민의 요구로 CCTV 영상자료의 열람 및 복사에 응한 서울 강남구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돼 자료를 제공받은 입주민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단독(판사 조아라)은 최근 관리소장 A씨에 대해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으며, 자료를 요청해 제공받은 입주민 B씨에 대해서는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의하면 B씨는 입주민 C씨(이 사건 피해자)가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자 C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증거자료로 수사기관 및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내부 및 1층 복도에 설치된 CCTV에 지난 2016년 12월경 C씨 등이 촬영된 영상자료의 열람·복사를 A소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A소장은 이 CCTV 영상자료를 B씨에게 열람·복사하는 방법으로 제공했다. 문제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CCTV 영상자료의 정보주체인 C씨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고 B씨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B씨도 C씨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CCTV 영상자료인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A소장은 CCTV 영상만으로는 피해자 식별이 어려워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입주민 B씨가 수사기관에 증거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제공한 것으로 관련 법규에서 규정하는 ‘정보제공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 즉 범죄에 대한 재판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가 작성한 열람신청서 및 해당 CCTV 영상에 일시, 장소가 명백히 특정되고 B씨 부부와 피해자의 형상 및 움직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 영상은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A소장은 입주민 B씨로부터 열람·복사의 목적을 고지받았으므로 열람·복사 전 해당 영상을 확인함으로써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고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피해자에게 동의 여부를 묻는 절차를 거친 바 없었고, 오히려 B씨는 피해자와 분쟁에서의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므로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8조 제3항에서는 공동주택 관리주체에게 CCTV 촬영자료를 타인에게 열람, 제공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 범죄에 대한 재판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CCTV 촬영자료를 타인에게 열람, 제공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해당하려면 정보주체를 확인할 수 없거나 범죄의 중대성 등의 사유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긴급성 및 보충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A소장이 이 규정에 따라 열람·복사가 허용되는 경우라고 오인했더라도 B씨의 지위, 규정의 목적과 취지, 사건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형법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소장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다만 A소장에게 처벌 전력이 없으며, 개인정보를 B씨에게 제공하게 된 경위 등을 참작해 30만원의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