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쳤더라도 관리비를 입주자들의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비 등 소송비로 지출했다면 입주자대표회장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건배 부장판사)는 2009년 7월 입주자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입주자 5명에 대한 변호사 선임비 6백만원을 아파트 관리비 중 예비비에서 지급토록 해 입주민들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서울 성동구 B아파트 전(前) 입주자대표회장 J씨에 대한 업무상 배임 항소심에서 “피고인 J씨를 벌금 1백만원에 처한다.”는 원심을 인정,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대표회의 설립목적은 아파트 공용부분 관리 등 입주민 전체의 공공복리를 위한 것으로써 그 대표자인 피고인 J씨에게는 입주민들로부터 징수한 관리비를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K씨 등 입주민 5명에게 지출된 변호사 선임비는 대표회의나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입주민들의 개인적인 형사사건을 위한 것으로 보이고, K씨 등 5인은 동대표도 아니다.”며 “관리비 중 예비비 또한 아파트 관리상 예기치 못한 지출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그 용도 역시 입주민 전체 이익을 위한 범위로 제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J씨가 지출한 입주민들을 위한 변호사 선임비가 대표회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합리적인 범위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워 설령 피고인이 관리규약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예비비를 변호사 선임비로 지출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업무상 배임죄의 죄책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한편 피고인 J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 상고를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