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내부의 통장과 도장을 절취해 5천여만원을 인출하는 바람에 입주민이 손해를 입었더라도 경비소홀로 인한 과실을 찾을 수 없다면 관리소장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4단독(판사 김춘호)은 2009년 7월 경기도 포천시 J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했다가 통장·도장을 도난 당해 5천90만원이 인출되는 피해를 입은 입주민 K씨가 절도범 K씨 등 일당 2명과 이 아파트 관리소장 K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절도범 일당인 K씨와 H씨는 연대해 입주민 K씨에게 5천90만원을 지급하고, 관리소장 K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절도범 일당인 피고 K씨와 H씨는 원고 입주민 통장을 절취해 5천90만원을 인출함으로써 원고 입주민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소장은 이 사건 도난사고를 전후해 경비원들에게 지하주차장 안전 및 도난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지하주차장에 CCTV를 설치해 놓았다.”며 “경비원들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과 단지 내 도난사고 방지를 위한 감시카메라 설치업무를 게을리 했다는 원고 입주민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도난사고 당시 모자를 쓰고 가방을 어깨에 멘 남자가 지하주차장에서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만으로 경비원들이 즉시 지하주차장으로 현장순찰을 나갔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기에 부족하다.”며 “피고 절도범이 도난사고 당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차량 출구쪽에서 약 5분간 서성이기도 하고, 원고 입주민 소유의 자동차가 주차된 장소 부근에서 약 30분간 머물기도 했다는 점에 관해서는 제출된 자료 및 영상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 절도범이 당일 새벽 3시부터 4시 20분경 사이에 절취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이는 이 절취행위가 위 시간대에 이뤄졌다는 의미일 뿐, 위 시간 동안 계속해 절취행위를 했다는 의미로 보기 어렵다.”며 “경비원이 CCTV 영상점검과 그에 따른 순찰을 소홀히 했다는 원고 입주민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아파트 단지에는 경비초소가 3개 있으나 단지 내부로의 출입은 특별히 통제되지 않고 있으며, 정문과 후문을 통하지 않으면서 출입하는 사람까지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구조로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절도범인 피고 K씨의 구체적인 침투경위와 방법이 밝혀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절도범이 침입한 사실만으로 경비원들에게 경비소홀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관리소장에게 경비소홀의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절도범들과 연대해 손해배상금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 입주민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K씨는 지난 2007년 7월 12일경 단지 내 지하주차장에 차량을 주차시켰는데 절도범 K씨는 같은 날 새벽 4시경 입주민 K씨의 자동차 잠금장치를 열어 차 안에 있던 예금통장과 도장을 꺼내 일당인 H씨에게 건네줬다.
H씨는 직후 예금청구서 등을 위조해 은행 창구직원에게 제출하는 방법으로 입주민 K씨 명의의 예금계좌에서 총 5천90만원을 인출했고, 이후 절도범 K씨와 H씨는 경찰에 붙잡혔으나 인출한 돈은 이미 사용해 버렸다.
이에 입주민 K씨는 “통장 도난으로 인출 당한 5천90만원을 달라.”며 절도범들과 아파트 관리소장을 상대로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 이같은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