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 주변 이중주차 금지 안내문 게시판 공고,
차량 미끌림 방지 위한 과속방지턱 설치 등 참작
대구지법 포항지원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아파트에서는 이중주차를 하는 일이 일상화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중주차가 입주민의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이중주차를 하고 있는 공동주택에서는 다시 한 번 안전관리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
경북 포항시에 소재한 모 아파트 입주민 A씨는 2014년 6월 17일 오후 8시 20분경 단지 내 지상주차장에 자신의 승용차를 이중주차하면서 주차브레이크를 풀고 기어를 중립으로 해놓았다. 그 후로 약 2시간이 흐른 뒤 입주민 B씨는 자폐1급 장애를 가진 아들과 주차장 앞을 지나던 중 아들이 이중주차 차량을 밀어 차량이 주차장 입구 쪽 경사로로 미끄러져 내려가자 이를 막으려다 차량에 치여 다발성 늑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고 20일을 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A씨가 가입한 C보험사에서는 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입주민 B씨의 유족에게 7,000만원을, B씨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는 B씨의 치료비로 약 2,4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후 C보험사는 “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는 이중주차 차량이 경사진 진입로 쪽으로 미끄러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안전한 방지턱을 설치하거나 미끄러질 수 있는 경사로 주위에 주차를 금지하는 안내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탁관리업체 D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13단독(판사 황형주)은 최근 C보험사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위탁관리업체 D사의 과실을 인정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아파트는 입주민들의 차량보유대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적어 입주민들이 상시적으로 이중주차를 해왔으며, 사고발생 장소는 약간 완만한 경사가 있었고 주차장 입구 부분이 경사진 내리막길 언덕으로 돼 있었다. 사고발생 당시 주차장 입구 부분에는 폭 1m, 길이 2m, 경사각도 7.7도의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있었으나 가해차량이 과속방지턱을 넘어 경사로로 밀려 내려갔고 과속방지턱 주변에 별도의 주차금지 또는 미끌림 경고 표시를 하거나 버팀목 등을 마련해 두지는 않은 상태였다.
위탁관리업체 D사는 사고발생이 있은 이후에야 비로소 ‘사고다발구역·경사로 주의’라는 문구가 기재된 경고판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법원은 “위탁관리업체 D사는 관리주체로서 아파트 입주자들이 부득이 이중주차를 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고 주차장 입구 부분의 경사로에서 차량 미끌림에 의한 접촉사고가 발생한 바 있어 주차장 입구 부분에 경고판을 설치하거나 이중주차가 이뤄지는 곳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버팀목 등을 마련해 사고발생을 미연에 방지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이는 입주민 A씨가 가해차량을 이중주차하면서 주차브레이크를 풀어둔 채 버팀목 등으로 차량이 주차장 입구 경사로로 미끌리는 것을 방지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가해차량을 주차장에 그대로 방치한 잘못과 경합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관리주체인 D사가 입주민들의 이중주차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면 잦은 민원이 발생해 사실상 이중주차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점 ▲D사는 사고발생 이전에 차량의 경사로 미끌림으로 인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경사로 주변에 이중주차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판을 통해 입주민들에게 공고했던 점 ▲차량 미끌림 방지를 위해 입대의에 과속방지턱 설치의 필요성을 건의해 주차장 입구 부분 경사로 시작지점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해 뒀던 점 등을 고려, 입주민 A씨의 과실(90%)이 더 크다고 보고 D사의 과실비율을 10%(약 940만원)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