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비치 오히려 비위생적”
대구도시철 역사엔 모두 없애
고속道휴게소·도서관 등 확산
지난 16일 오전 대구 중구 반월당 메트로프라자 지하상가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의 근원지는 좌변기 옆에 비치된 휴지통이었다. 휴지통에는 사용하고 버린 휴지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뚜껑이 없어 악취를 막지 못할뿐더러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았다.
반면 이곳에서 100m쯤 떨어진 대구도시철도 1호선 반월당역 화장실은 특유의 냄새가 훨씬 덜했다. 특히 좌변기 주변에는 으레 있어야 할 휴지통이 없었다. 대신 화장실 문 안쪽에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화장실을 이용한 이종진씨(33)는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어 조금 어색하다”면서도 “용변을 보면서 지저분한 휴지 더미를 안 봐서 좋다”고 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문화가 대구·경북 지역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17일 한국화장실협회에 따르면 화장실에 휴지통을 비치하는 국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과 중국 등 극히 일부지역에 국한된다. 나머지 국가들은 휴지통을 두지 않는다.
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악취를 유발하고 각종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용변을 처리한 휴지는 그대로 변기에 버린다.
유독 한국에서만 화장실 내에 휴지통을 비치해 놓는 것은 수세식 화장실 보급 초기 배수관이 자주 막힌 탓이다. 지금은 배관 설비가 잘 갖춰져 있어 휴지를 그대로 변기에 버려도 배수관이 막히지 않는다.
화장실협회 관계자는 “재래식 화장실이 다수였던 1970년대 용변을 처리할 때 쓰던 신문지 등이 정화조 막힘의 원인이 됐고, 수세식 화장실 보급 초기에는 약한 수압과 곡선형 배관 설비로 변기가 자주 막히면서 휴지통을 비치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며 “지금은 대부분 직선형 배관 설비를 갖추고 있고, 휴지가 물에 잘 풀리기 때문에 휴지통을 없애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굳이 필요치 않은 물품을 구비해 오히려 비위생적인 화장실이 되고 있는 것. 이에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2013년 송파구에서 구청 화장실 내 휴지통을 없앤 이후 2014년에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지역 전 역사 내 화장실 휴지통을 모두 없앤 것. 대신 화장실 입구에 큰 휴지통을 두고, 여자 화장실에는 칸마다 ‘위생용품 수거함’을 비치했다. 이 밖에 지역 고속도로 휴게소와 일부 도서관 등에서도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시행하고 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양승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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