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위·수탁관리계약 해지 손해배상 책임 인정
보수공사계약 체결 지연 이유로 한 해지통보 ‘부당’
패소 입대의
대법원에 상고 제기
부산고법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와의 위·수탁관리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과 관련해 이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주택관리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인정한 법원의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사법부에서는 주택관리업자와의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으로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며 일방적으로 해지했더라도 손해배상금까지 인정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부산고등법원 민사1부(재판장 손지호 부장판사)는 최근 주택관리업자 A사가 부산시 소재 B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위·수탁관리계약 해지 무효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A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했다.
B아파트 입대의는 A사가 보수공사 계약체결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지난 2013년 11월경 계약기간이 올해 1월까지인 A사와의
위·수탁관리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이를 두고 A사는 입주민이 보수공사업체 선정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 관할구청의 민원회신 및 보수공사계약의 절차상 하자 여부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었고 관할구청의 회신을 받은 뒤 추후 검토를 거쳐 계약체결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입대의의 해지
통보는 정당한 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탁계약서에서 정한 해지 절차를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입대의가 해지통보의 사유로 삼은 ‘A사의 보수공사계약서 서명날인 지체’를 두고 ‘A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판부는 먼저 “구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 4 등에 의하면 하자보수보증금 및 장기수선충당금을 함께 사용해
하는 보수공사계약은 관리주체인 A사와 입대의가 공동으로 당사자가 돼 체결해야 하는 것이므로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도 A사와
입대의에게 공동으로 귀속된다”고 해석, “A사 또한 장충금을 사용하는 공사부분의 계약당사자로서 공사업자에 대해 공사 지시와
감독을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공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우려가 있고 입주민들의 피해가 장기화돼 보수공사계약 체결이 시급
했음에도 A사가 공사계약체결을 지연시켜 불가피한 해지통보였다는 입대의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았으며
입대의는 보수공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한 이후 약 6개월 동안 입찰공고문을 수정·재공고하거나 입찰방법을 변경해
재공고한 점을 볼 때 보수공사계약 체결이 긴급한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인정했다.
특히 대법원 판례(96다27148)를 참조해 “일반적으로 수임인이 위임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위임인이 언제나 최고
없이 바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아직도 수임인이 위임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위임인은 수임인에 대해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하고, 수임인이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을 때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A사가 보수공사계약 체결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 반면, 입대의가 A사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어 입대의의 해지통보는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계약해지를 할 경우 30일 전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계약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도 해지통보의 부당성의 이유로 추가했다.
재판부는 더욱이 “A사로서는 이른바 ‘갑’의 지위에 있는 입대의에 대한 관계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보수공사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시킬 만한 아무런 이유나 필요성도 찾아 볼 수 없는 반면, 입대의는 스스로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등 계약체결의 전 과정을 주도해
온 보수공사계약과 관련해 계약서에 입대의가 요청한 대로 즉시 서명날인하지 않았음을 괘씸하게 여긴 나머지 A사의 입장이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바로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로써 “해지통보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입대의는 A사에게 위탁계약관계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
서 “해지통보일인 2013년 11월경 이후부터 위탁계약 종료일인 올해 1월경까지의 위탁관리수수료 약 1,9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다만 부당한 계약해지로 인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 명예훼손 등의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A사의 위자료 청구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피고 입대의는 이번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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