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부가 관리주체의 동의 없이 베란다 난간에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작업을 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6민사부(재판장 강성국 부장판사)는 2011년 10월 경남 거제시 K아파트에서 이사업체 소개로 에어컨 실외기를 베란다 밖으로 설치하기 위한 작업을 하던중 추락해 사망한 인부 K씨의 유족 A씨 등 3명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이 아파트 점유자 J씨, J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S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J씨는 원고 A씨 등에게 7천2백9만여원을 지급하고, 피고 대표회의와 피고 S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면 에어컨 실외기 설치시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관리사무소가 지정한 장소에 설치토록 정해 있는 점, 피고 J씨가 이 사고 당시 에어컨 실외기 설치에 관해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 대표회의가 베란다 난간을 관리할 책임을 부담한다거나 그 관리에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고가 발생한 베란다 난간 바깥쪽에 에어컨 실외기 거치대가 설치돼 있었으므로 이 난간은 에어컨 실외기를 거치대로 옮기는 등의 작업을 하면서 작업자 몸무게와 실외기 하중이 다소 난간에 실리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베란다 벽에 단단하게 고정돼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보존상 하자로 이 사고가 발생했다.”며 “따라서 이 사고 당시 점유자인 피고 J씨는 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 K씨로서도 베란다 난간 바깥쪽으로 에어컨 실외기를 옮기는 작업을 하는 경우 이 난간이 10층 높이에 있어 추락 위험이 있으므로 난간의 고정·지지여부를 정확히 확인함은 물론 로프 및 고리를 이용해 벽면과 자신의 몸을 연결하는 방법 등 안전장비를 갖춰야 함에도 이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이러한 과실은 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J씨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J씨는 원고 A씨 등 3명에게 상속분과 위자료 등을 합친 7천2백9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 A씨 등의 피고 대표회의와 피고 S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J씨는 지난 4월 이 아파트 전 소유자인 S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아파트로 이사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이사업체의 소개로 J씨의 세대 베란다 난간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던 인부 K씨가 30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K씨의 유족 A씨 등 3명은 지난 4월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보존상 하자로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점유자 J씨, J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S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이같은 판결을 받았다.
한편 A씨 등과 J씨는 모두 이같은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